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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처럼 밤에만 몰래 들어와 자고 아침 일찍 센터에 출근하길 석 달,
어린이집 물건이 다 나가기까지 한 달, 그리고 이후 한 달 어른집으로 변신기간을 거쳐,
이제 어느 정도 내 집 같아지고 있는 내 집.
비록, 잠깐 적절하지 않은 이웃의 문제로 이사를 하려 했으나,
아아아~ 이사는 느무느무 귀찮은 일이고, 나는 이 집의 위치가 딱! 마음에 들고,
그러는 중에 이사하면 지는거다! 라는 생각이 (고맙게도) 들어서 이사계획을 접었다.
(여기 계속 살기로 했음에도 진 것 같은 분함은 어쩐지 그대로다만)

아직 청소도 더 해야 하고 (욕실 타일을 닦다가 헙! 원래 이 색깔이었냐!!)
베란다 쓰레기도 덜 치웠고 (이사 나가는 사람이 청소해놓고 가면 복도 덩달아 나간다고 말려서 그랬대나)
엄마도 보고 싶지만(엥?) 암튼, 이제 집이 제법 꼬라지가. 음홧홧.

침실로 쓰는 큰방에는 커다란 삼나무 침대와 삼나무 탁자, 이케아 호커, 센터 사무실에서 가져온 수납장
작업실인 작은방에는 선생님 연구실에서 가져온 커다란 소나무 책상이 방을 다 차지 하고 있는데
조만간 역시 선생님 연구실에서 라꾸라꾸가 올 예정이다.
소파를 들이려 했는데 라꾸라꾸라니 흠...;;
아직 더 필요한 것은 책장인데 센터에서 마련해주실 것 같아서 일단 기다리는 중.
아, 그러니까 여기는 게스트하우스 겸 출판사 작업실 겸 직원숙소인거다.
아마 2월 쯤에 프랑스 할아버지가 며칠 지내실 것 같은데 ㅋ

그나저나 어제 엄마가 부쳐주신 소포가 좀 전에 도착했는데
어흐흐, 재봉틀과 내 바느질 도구 보따리가 들어있었다.
당장 뭐라도 오리고 깁고 하고 싶은데
지금은 바느질이고 일기고 다 손도 대지 말고 교정 봐야 할 시국.
(그래도 일기는 썼지롱~)

옴마야, 서른셋, 일기를 쓸 날도 얼마 안남았네.
아흑, 나 서른 중반 되냐? 중년 되냐?
아흐흑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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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엄마엄마 부르는 어린 딸을 끌어안아 젖을 물렸다.
네 가슴이 참 희고 이쁘다.
그렇게 말할 것을,

네가 걸어오는데 너는 아가씨인거야, 나는 아줌만데.
그렇게 말하는 너의 볼에 솜털 반짝이는 것을 보다가
네가 아기 엄마인줄 누가 알겠냐.
활짝 웃더라만,
아기냄새 폴폴 나는 너에게
네 가슴이 참 희고 이쁘더라.
그렇게 말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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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장에 가기로 한 약속을 잊어버리고 아홉시가 넘도록 쿨쿨 자버렸다.
몇 개의 문자와 몇 번의 알람에 결국 몸을 일으켜 센터에 갔더니
그럼그렇지, 역시나 어제 남겨둔 일은 밤사이 훌쩍 자라 있었다.
일이냐 장난이냐 깨작거리다 (사실은 자꾸 집중을 깨는 뭔가가 있었다.)
점심으로 들깨가루가 잔뜩 들어간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돌아오니 우리 한선생님, 꽃이며 가지를 한짐 안고 들어오시네.
아, 까먹어서 죄송합니다. 배꼽인사 드리고.

종이를 직접 보고 고르겠단 핑계로 을지로까지 인쇄사무실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겠네, 괜차나 대신 내가 월급 조금만 받응께로.
네네, 빨리 해주세요. 빨리빨리.
몇번이고 길을 물어 광화문 교보까지 걸어 가서 한참 책을 구경했다.
예전보단 책구경도 흥이 덜하다.
빌리배트 6권을 산다는 게 잊어버렸다. 일요일에 사지 뭐.
드디어 문지 시인선 400권이 나왔다. 군청색이라해야하나, 400번대 새 표지가 두둥!
몰라딘에서 시집 한 권만 산다는게 또 5만원을 채워버렸다. (아......)

서점을 나와 걷다가 어쩐지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서 군밤 한봉지를 샀다.
군밤장수 아저씨, 한 개 더 넣는다? 하며 눈을 찡긋 하면서 덧붙이는 말씀.
아가씨 군밤 먹고 더 예뻐져야지? (아가씨 군밤 먹고 예뻐져야지? 였던가...)

종각역 근처 알라딘 중고책방에 갔다. 생각보다는 꽤 넓었는데 있으면 살까 했던 책은 없었다.
아는 사람이 쓴 책을 내려 잠깐 보고, 나는 이제 이런 문장에 반할 나이가 아니지, 서글퍼져서
그런데 너는 아직 그때의 문장을 쓰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서글퍼져서
훌쩍, 하는 기분으로 도로 꽂으려는데 손이 닿지가 않고
그 아래 칸에 두려고 하니 옆에 섰던 남자애가 제가...하며 대신 꽂아주는거다.
마주보고 살짝 웃었으나 (속으로는 크게 웃었고)
내가 미인이 아니고 이것은 영화가 아니므로...
훌쩍, 어쨌거나.
출판 관련 책을 두 권 샀다.
광화문 교보에는 막상 없던 책들이 있더라고.
월요일에 출판사 등록하러간다.

나와서 만두를 먹고 (오랜만에 맛없는 만두를 먹어서 좀 놀랬다.)
길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다
우리 동네가 종점인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읽었다.

센터에 잠깐 들러 29일까지 유효한 영화예매권으로
비우티풀, 브로큰 러브송, 레스트리스를 예매했다.

발꿈치가 워커에 쓸려 벗겨지고
어깨는 곰이 꽝꽝 내려친 듯이 아프다.
맥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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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보다 벌떡 일어나 센터 맞은 편 건물 2층 미용실에 갔다.

앞머리만 조금 잘라주세요.
손님, 파마, 염색 전혀 안하시나봐요.
파마나 염색을 하면 훨씬 관리하기도 쉽고 얼굴도 살고...
앞머리만 조금 자르면 되는데요.
아, 그래도 손님, 오늘은 아니라도 다음에 오셔서 앞머리라도 파마 살짝 하시면...
저는 미용실에서 오래 못있어요.
아...... 네......
(싹둑싹둑)
손님, 다 됐어요. 이제 얼른 가세요.

가위질 두 번 하고
삼천원.
3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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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으러 어린이집 앞을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경비실 옆 나무 아래 오물조물 모여있었다.
아가들 안녕?
선생님~ 저기 나무에 신발 올라갔어요.
걸려서 안내려와요, 저기저기~!!
어디, 어디?
하하하...높은 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은 빨간 신발 한짝.
들고 있던 지갑을 휙 던져서 정확히 맞춰
심지어 내 손에 툭 떨어져 착!
옛다!
우아아아~~

으하하하하, 아이들의 영웅이 되기란 이렇게 쉽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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