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출판사
- 민음사 | 2012-01-27 출간
- 카테고리
- 시/에세이
- 책소개
- 요시모토 바나나의 매일을 엿볼 수 있는 소소하고 따스한 식탁 일...
강남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모로선생님의 특강이 있었다. 10시 넘어 둘다 연신 하품을 해대면서 흔들흔들 지하철을 타고왔다. 둘이 매일 한두끼씩 밥먹고 여기저기 다니고 하니 이젠 지하철 안에서 딱히 말없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럼에도 어쨌든 요즘 덕분에 독일 살 때 보다 독일말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래봤자 Ja, Nein이 8할이지만.
지금 내 역할은 우짜든동 선생님 얘기를 잘 들어드리는 것.
선생님에게 낯선 우리나라 음식들을 맛있게 함께 먹어드리는 것.
주말엔 수업 통역도 한다. 아아~ 안할래요, 하고 징징거렸는데, 오늘 들어보니 뭐 충분히 하겠더라고.
오늘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바나나 키친을 읽었다.
바나나 키친을 읽고 있으면 나도 얼른 엄마가 되어서, 꼬맹이에게 뭔가 맛있는 것을 매일매일 먹여주고 싶단 생각이 든다. 나란이 언니가 세 꼬맹이들이 먹을 밥을 뚝딱 차려내던 모습이 막 생각난다. 승혜 언니가 그림처럼 차려놓은 밥을 이랑이가 오물오물 먹던 모습도 생각나고.
지난지난 주말에 남자친구랑 같이 먹을 점심을 준비하다,
뭘 별로 한 것도 없이 갑자기 너무도 지긋지긋하여 프라이팬을 뒤적이다 침대에 엎어져서 엉엉 울었더랬다.
나중에 결혼하면 맨날 이런 거 해야할 거 아냐, 하면서.
진작에 하지마 하지마 나가서 먹어 하고 말리던 남자친구는 기어코 뭘 만들겠다고 수선을 떨다 갑자기 엎어져 울고 있는 날 보고 어찌나 난처해하던지. 흠, 자기가 나한테 결혼해서 밥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눈물을 슥슥 닦고 식탁을 차리고 밥을 먹다가 또 눈물을 뚝뚝.
암튼, 봄이 막 될랑말랑 하는 이 계절엔 나는 거의 미친년이다.
창피하다, 창피해.
내일은 오랜만에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마늘쫑과 베이컨, 올리브유만 넣어서 만드는 초간단 파스타~ 오예~!